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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야??? 왜 울어???

 

 

밤 9시, 첫째 아이가 침대에 누워서 울고 있다. 

엉엉 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소리 없이 눈물을 닦고 있어서 놀래서 물어봤다. 

 

 

"아빠 엄마가 안오니까 외로워, 진우만 사랑해 주고.."

"아. 건우가 자려고 누웠는데 엄마 아빠가 안오고 진우하고 놀고 있어서 외로웠어?"

"응."

"아, 그랬구나, 아빠가 미안해~"

하고 달래본다. 

 

 

잠시 나와서 아내에게 눈치를 해 준다

"여보, 건우가 외롭다고 울어.."

 

아내가 놀랠새도 없이 달려간다. 

"곰!!! 외로웠어?? 곰??"

 

 

첫째는 열세살, 초등학교 6학년인데, 덩치는 산만하지만, 아직 많이 어리다. 

어릴때는 자폐였고, 지금은 발달장애(2급) 그리고, 시각 장애(2급)이 있는데, 

항상 아빠를 잘 따르고, 사랑 표현에 능하다. 

 

 

나는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 못하다.

사실 나는 70년대 생 대부분이 그렇지만 사랑 표현에 익숙하지 못하다. 

아버지는 한번도 어머니와 애정 표현을 하지 않으실 만큼 무뚝뚝하셨고

(그 흔한 손잡는 모습, 포옹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어머니도 항상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을 뿐,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를 말하는 것도 들어본 경험이 별로 없다. 

다 컸을때 쯤이었나, 어머니께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씀하셨을때, 어찌나 생경한 기분이던지..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런 감정 표현 하는게 참 어색하고 어렵다. 

 

 

근데????

어제 생각해 보니, 나 생각보다 잘하고 있더라, 

아이에게도 "사랑한다" 라고 말해 주고 있고, 잘 안아 주고 있고, 

맨날 아내에게 "너무 과해!!!" 라며 등짝 스파이크 맞지만, 아이들하고도 잘 논다. 

 

 

문득 생각해 보니, 

부모님께 배우지 못한 "감정 표현"을 아이들에게, 특히 첫째 아이에게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다. 

 

흔히.. 아이는 부모의 뒤통수를 배운다고 한다. 

부모도 아이를 통해 아직도 세상을 배운다. 

 

 

그래서 어제 아이에게 하지 못한 말을 오늘 해 줘야겠다. 

고마워 건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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