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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토할거 같아. 힘들어

 

 

어제 둘째 아이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이다.

아이가 있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아이가 아프면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라는 생각이 나는게 사실이다.

 

왜.. 둘째 아이만 이렇게 아픈거지?

 

사실 어제 아침만 해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 같이 부모님댁에 다녀왔고, 먹는것도 비슷했고,

아니 둘째는 사실 입이 짧아서 뭘 많이 먹지도 않았으니까.

 

아침에 계속 속이 안좋다 하니, 아내가 병원을 다녀오겠다 한다.

설 연휴라, 아침에 똑닥으로 예약을 했는데, 점심이 거의다 되어서야 진료를 보러 갔다. .

 

그나마, 여기가 아이들이 엄청 많은 동네라 다행이지,

시골에 있었다거나, 지방 중소도시였다면, 진짜 꼼짝없이 응급실로 가야했을꺼다.

 

병원을 갔더니, 바이러스란다.

뭐 안좋은걸 먹어서 그런거 같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어제 저녁에 머리도 좀 아프고 몸이 좀 쑤시는 거 같아서 일찍 잤었지.

[아내한테 미안하다고 생각만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아내도 아침에 계속 안좋다고 그랬고,

 

조합해 보니, 아무래도 "석화"먹은게 문제인가 보다.

둘째는 세상 이런거 먹지도 않다가 처음으로 딱 하나 먹었는데, 그거인거 같다고,

 

젤 많이 먹었던 큰매형은 괜찮은지 큰누나를 통해서 알아봤다.

왠지 확증이 간다.

 

장이 안좋으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아직까지는 괜찮으시단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석화는 먹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진작 수액 맞을걸.

 

병원에 갔다온 이후에도 아이는 상태가 계속 안좋다.

죽을 좀 해 줬는데 먹는 족족 토한다.

 

자라고 토다토닥 해 줬는데, 계속 신음을 한다.

"흐으.... 아파"

"하아아아.... 힘들어"

아이들은 사실, 자기가 얼마나 아픈지 표현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어서

[나 어릴때 생각해 보면 부모님 관심을 끌려고 덜아픈데도 많이 아프다고 한 경우가 꽤 많지]

다른 데 신경쓰면 좀 괜찮아 질까 싶어서

장난도 쳐 본다. 웃기기도 해 보고.

 

근데 그것도 잠시...

 

아내와 함께 보고 있다가, 내가 자꾸 졸아서,

아내가 "여보 가서 좀 쉬어" 라고 해서 나왔는데.

좀 신음소리가 좀 잦아지는거 같아서 보니

오후에는 잠깐 잠이 들더라.

 

아내도 별로 안좋아서 내가 둘째를 보는 사이, 가까운 병원에 가기로 했다.

이대로 괜찮아 지나 싶었는데, 구토한다고 금방 깨더라.

 

아내 병원을 보내고, 둘째를 보는데 상태가 더 안좋아지는거 같다.

아이에게 물어본다.

 

"진우야 병원 갈까? 가서 수액 맞을까?"

"수액 싫어.. "

"그래도 맞으면 좀 괜찮아 질꺼야"

"아으.. 아파"

 

지금은 싫단다....

 

 

"... 아빠, 나 병원 갈래, 수액 맞으면 괜찮아 질까?"

"지금보다는 나을꺼야, 가자"

"응 갈래"

 

아이가 얼마나 아픈지, 바늘을 보면 울음부터 우는 애가 수액을 맞겠다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에 바로 전화를 하고 이동했다.

수액을 맞으려면 지금 바로 와야 한단다.

 

....

.....

어렵게 주차를 하고, 진료를 봤다.

수액은 뭐, 말도 안하고 맞춰주시는구만,

 

아이가 좀 괜찮아진다.

한시간쯤 수액을 맞고, 괜찮아지더니, 이젠 배가 너무 고픈단다.

아이 왈...

 

아. 진작 수액 맞을껄.

 

푸흡;. 이 와중에도 웃긴다.

 

병원에 가깝게 살아야 겠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 사이

다른 병원에 가 있던 아내에게 사진을 보냈다.

어이쿠..

아내도 같은 증상이었군.

 

갑자기 미안하다. 저만큼 아팠을텐데,

아이 걱정한다고 자기 아픈건 알지도 못했구나..

 

진우 애착옷 - 하늘이.. 를 가져다 주겠다고 링겔맞고 오시겠단다..

그러지 말라고 했다.

 

 

링겔을 다 맞고 집에 왔다.

집에 오는데, 둘째가 계속 배가 고프단다.

미음밖에 못먹는댔는데, 그거라도 간장 넣어서 달라고 한다.

 

오자마자 미음에 간장과 참기름을 약간 넣어 줬다.

"죽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라고 몇숟가락 먹더니.

나를 갑자기 쳐다본다..

 

다시 다 토했다....

 

에구..에고...

 

 

다행히 병원에서 망고맛이 나는 "먹는 수액"을 줬다.

와. 이거 신기하네,

이건 먹고 나서 안토하더라,

 

계속 배가 고프다는 아이를 달래서

수액하나를 먹고 재운다...

 

 

전쟁같은 하루가 지나간다.

 

아내가

"큰 병원에 가깝게 살아야겠어요. 오늘같은 날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으면 어떻게 해."

라고 한다.

 

그렇네,

서울을 가야 할 이유가 늘었다.

세상을 하나 더 배워간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면, 항상 배우는게 있다.

이번에는

  • 결국 서울에 답이 있다 - 서울로 이사가야겠다
  • 먹는 수액이 있구나. 비상용으로 괜찮겠다.

하는거랄까?

 

큰건 아닐수도 있겠다만,

몸으로 배운거니까, 오래 갈꺼같다.

 

 
Epilogue

 

저녁에 자는데, 아이에게 장난을 쳐 본다.

"진우야, 오늘 엄마랑 잘꺼야 아빠랑 잘꺼야?"

둘째는 엄마바라기라, 당연히 엄마라고 이야기 할꺼고, 그냥 삐쭉삐쭉 입술 내미는 장난 치려고.

그래서 엄마 옆으로 옮겨주려고 한 말이었는데

 

"오늘 아빠랑 잘래."

라고 한다.

 

엄마가 "아빠랑 잘꺼야????" 하니

"아니이~~~ 아빠가 나 아프면 이렇게 이렇게 만져주고 하면 덜아파"

라고 한다.

 

와. 이게 뭐라고 잠깐 눈물이 툭 터질뻔. ;;;

하루종일 고생한거 보상 받은 느낌이랄까. ㅎㅎㅎㅎㅎ

 

 

이렇게. 오늘,

아이와 부모는 세상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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