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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여기 방에 티비 설치 해 줘"

"아빠, 나 방 혼자 써야해~~"

"엄마, 오늘 나하고 같이 자, 엄마도 독감이잖아~"

 

 

첫째가 독감에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그제 저녁에 아내가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독감이란다. 

환자가 많은지, 똑딱으로 예약을 하고 갔어도 두시간 반이나 걸렸다. 

 

뭐라고 위로를 해 줘야 하지??

다녀와서 아내가 심각, 시무룩.. 힘이 다 빠져있다. 

 

음... 그도 그럴것이, 

아내가 일주일전에 독감이었는데, 그게 그대로 첫째에게 옮았으니까...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독감에 걸리면. 

'괜찮아. 요즘 독감은 그렇게 안독하대'

'괜찮아. B형독감이라 전염성이 안심할꺼야' 라고 위로를 할텐데.

 

이건, 아내가 지난 일주일동안 고생한 감기라. 

'응~ 니 독감 별거 아니야~, 니가 유난떤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거라, 

뭔 말을 해야 할지 어려웠다. 

 

생각하다 해 준말이

"건우는 등치가 커서 괜찮을꺼야~, 방학이라 당신이 힘들겠네.." 밖에 말하지 못했다. 

 

 

잘 알지 못하면서, "그거 별로 안아프대" 라고 말하는건 폭력이다. 

 

내가 이렇게 위로 하는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19년 10월에 나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막 진단을 받은 나는,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실제로 아내에게는 일주일 전에 알렸고, 부모님께는 수술 후 알렸다)

수술 날짜와 휴직을 해야 했던 회사에는 미리 알릴수 밖에 없었다. 

 

당시, 딴에는 위로 한다고 하시던 분들이

"갑상선은 착한 암이래"

"내가 아는 사람은 2주일만에 출근하더라"

"그거 그렇게 심한 암 아니래".. 

등등등.의 위로(?)를 받았다. 

 

근데. 이거 다~~~~~~~~~~ 위로 아니다. 

들으면 들을 수록 마음의 상처만 남는 말들이더라. 

 

'니가 뭘 안다고 별거 아니래?'

'그래서 유난떨지 말라는거야?'

라는 생각들이 많이 든다. 

 

암은 암이고, 아픈건 아픈거다. 

그리고, 암 걸린 가정의 가장이 자기 혼자 아픈거 생각하겠냐?

독감 걸린 아내가 자기 혼자 아픈것만 생각하겠냐고,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위로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나는 그걸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라?? 이놈봐라?

 

집에 들어오자마자. 역시나 아이는 호들갑이다. 

"아빠 나 독감이래, 나 오늘부터 혼자 있어야해"

라며

어제까지 부모님께서 쓰셨던 방으로 자기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불도 가져가고 상도 하나 가져가고, 충전기도 야무지게 꽃는다. 

 

방 앞에는 "격리중"이라고 써 붙인다. .

재작년에 코로나 걸렸을때가 생각났나 보다. 

 

"아빠, 나 티비 볼래 , 티비 연결해줘"

어제 어머니께서 머무를때, 티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연결했다가 새벽같이 원위치 시켜놨는데

그걸 기억하고 해 달란다. 

 

"엄마, 오늘 나하고 같이 자, 엄마도 독감이잖아"

허허.. 말 참 이쁘게 한다. '엄마한테 옮았잖아'가 아니고, 엄마도 독감이잖아.. 란다. 

나는 이렇게 말 이쁘게 한걸 가르친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았지???

 

이놈봐라??

아픈데, 이렇게 할말 다 하고 하고 싶은거 다 한다고????

아픈놈.. 맞아? 아, 맞네.. 

 

어릴때 생각해 보니, 난 아프면 부모님의관심을 받고 싶어서 안아파도 더 아픈척 했었는데. ㅎㅎㅎ

생각해 보니, 특히나 우리 첫째는 발달장애라 여전히 또래보다 발달이 어리다. 

그래서 그런가?? 말하는걸 보면 뭔가 속으로 재는게 없다. 생각나는 그대로를 이야기 하고 표현한다. 

 

아내하고 서로 쳐다보다가 픽 웃었다. 

아내도

"응~ 그래~~"

하고 이불가지고 들어간다. 

 

이럴때 보면, 진짜 아이가 우리를 가르친다. 

 

아이를 보며 나도 한번 생각해 본다.

 

[일상]

세상을 너무 복잡하게 살지 말자. 복세편살. 

나는 나, 그대로 표현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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